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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이선자] ‘08 고향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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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79회 작성일 09-02-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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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고향을 떠나며
배꽃 같은 얼굴들 허공을 뛰어 내린다
바람에 채이면서도 뒤돌아보는 말간 그 눈들
모퉁이 돌아온 젖은 몸 눕히며
오래 손 흔들다 돌아온 어둠 하나 더
두터운 책갈피에 끼워 넣는지
창 밖엔 목화 솜이불 같은 먹구름
바랜 기억의 한 모퉁이에
허물어진 담장처럼 기대고 선다
생각의 갈피 조용히 열다 보면
잠든 기억의 뿌리 어디쯤
마음의 꽃대마다
환하게 부풀어 오르는 얼굴들 있어
돌아가고 싶은 한 점 한 점, 저 꽃눈의 얼굴
등 뒤의 낮은 집
고향의 언덕 위에 조용히 엎드려 있고,
은사시 우듬지 타고 내려오는 밤
그 속의 나도 어둠처럼 자꾸 깊어지는데
저문 길 위에서 애타게
잃어버린 발자국을 뒤지던 그림자
마침내 한 생의 껍질을 깨듯 떨치고 일어나
남아 있는 날의 길들 위를 두리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