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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이선자] 아버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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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75회 작성일 09-02-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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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3

― 파리는 개구리밥
눈앞에 파리가 날아다녀
아버지는 바닥에서 끌어올린 수액을 카악,
뱉어내면서 비문증의 세상을 노려 보았다
파리는 없어요
아니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놈들이 있어
그 놈들이 냄새를 맡았겠지
끙, 힘주어 한 발짝씩 걸어 나온 아버지의 말들이
허공에선 가랑잎처럼 흔들거린다 간신히 붙어 있는
아버지의 잎자루를 움켜쥐고, 그런 말씀 마세요
이젠 얼마 남지 않은 게야
파리를 잡듯
내 말의 심장을 정확하게 가격한 아버지의 입은
마른 잎맥을 치켜들고 허공을 조준한 채
다시 잠겨 있었다, 개구리밥 같은 놈들이
그 캄캄한 동굴을 점령하고 있어선지
고목 같은 아버지의 등이 갈수록 휘어진다
개구리밥 같은 것들이
실뿌리 몇 개 달고서 허공을 떠도는 것들이
때론 두 손을 싹싹 비벼대는 것들이
아버지의 비쩍 마른 잎맥의 포위망을 뚫고 나와
내 두 가닥 실뿌리를 향해 직진으로 날아든다
개구리밥처럼 펼쳐진 치마 밑의 내 두 뿌리가
후다닥, 아버지의 동굴을 뛰쳐 나온다
아버지는 여전히 굳게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