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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이선자] 나는 자유로에 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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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79회 작성일 09-02-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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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나는 자유로에 가 본 적이 없다

바람부는 자유로에 한 말씀 서 있다
대지의 허리춤 콱 붙들고서
무한의 폭언에 맞서는 저 요지부동
바람이 플라타너스의 머리털을 죄다 뽑고 있다
저토록 집요하게 흔들리면서도
바람의 칼날 단호히 거부하는
저 묵언의 힘
팽팽하게 장전된 허공의 푸른 잎
핏줄 세워 움켜쥐고
그 젖줄기 동여맨 뿌리
땅 속 오만 겁 안쪽 어디 줄기차게 뻗게 두고
매일 것 거칠 것 없이 휘두르다 뿌리치는 바람
폭우처럼 쏟아지는 자유로 위에
맨발로 딱 버티고 맞서고 있다
바람처럼 살리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매인 것 거칠 것 없어 자유였던 그 바람의 한 때,
내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를 묻고 떠나온
땅의 이름을 그저 어둠이라고도 불렀다
모든 것의 이면에
또 다른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플라타너스
저 버즘나무의 넓은 각질,
그가 온몸으로 휘날리는 수만 개의 둥근 긍정을 보면서
바람과 어둠이 서로 이름을 바꾸는 지금
생각한다
나는 왜 여기 서 있는가
나는 진정 자유로에 가본 적이 있었던가
시간의 이빨 사이로 울타리 없는 나이테 하나
젖은 가슴에 꿈처럼 일었다 스러진다
나는 자유로에 가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