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1998년 [시-권정남]겨울 용대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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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용대리를 지나다가 황태 덕장을 만났네
세찬 바람에 몸이 휘어지듯
눈맞은 황태들이 고랑대에 걸려있네
고향을 버리고, 살붙이를 버리듯
깊은 바다를 버렸느니라
속내장 다 버렸느니라
밤이면 꽁꽁 얼었다가
낮이면 서서히 녹으며
용대리 깊은 계곡에서
한 세월 허공만 쳐다보고 매달려 있었느니라
이제 속살 노랗게 익은 바람이 되어
북쪽 하늘 빛나는 별을 바라보다가
제 살 찢기우듯 속울음 삼키며
남과 북 철조망 언저리를
밤마다 맴돌고 있느니라
하늘아래 용대리 마을 황태들은
흰 수건쓰고 산비탈을 내려오던
피난민 모습으로
얼었다 녹았다 한 세월
삐둑 삐둑한 기다림으로 고랑대에
걸려있느니라
세찬 바람에 몸이 휘어지듯
눈맞은 황태들이 고랑대에 걸려있네
고향을 버리고, 살붙이를 버리듯
깊은 바다를 버렸느니라
속내장 다 버렸느니라
밤이면 꽁꽁 얼었다가
낮이면 서서히 녹으며
용대리 깊은 계곡에서
한 세월 허공만 쳐다보고 매달려 있었느니라
이제 속살 노랗게 익은 바람이 되어
북쪽 하늘 빛나는 별을 바라보다가
제 살 찢기우듯 속울음 삼키며
남과 북 철조망 언저리를
밤마다 맴돌고 있느니라
하늘아래 용대리 마을 황태들은
흰 수건쓰고 산비탈을 내려오던
피난민 모습으로
얼었다 녹았다 한 세월
삐둑 삐둑한 기다림으로 고랑대에
걸려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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