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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최명선] 돌의 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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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85회 작성일 09-02-0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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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書* 5

― 말 벌레
벌레 한 마리 달팽이관에 갇혔다
닫아놓은 눈 비켜
귓바퀴 굴리며 온 말 벌레라니
아예 붙박이처럼 눌러앉아
알을 슬 참인지 귓속이 만삭이다
나비라도 되어 날아가면 좋으련만
남아 화석이 되는 건 아닐까 몰라
내 몸속이 얼마나 어둡기에
벌레 한 마리의 빛이 이리도 밝을까
육신으로 가지 뻗고 정신으로 뿌리 내린
검은 말의 힘이여
쉼 없이 오르내리는 튼튼한 관절,
구불구불 달팽이 길 슬픔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