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2008년 [시-장은선] 빈 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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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절터
빈 절터는 비어있지가 않다
샘이 흐르던 자리에
새들이 먹을 찍어 경을 읊고
탑이 있던 자리는
목탁 소리에 취한
바람이 부딪혀 풍경소리로 운다
금당에 바치던 꽃 대신에
들국들이 하얗게 고개 숙이고 있다
부처님 앉았던 돌들은
참기름 바른듯 이마가 빛나
억새들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다
부서진 기와 사이로 끊임없이
수레바퀴가 굴러가고 있었나보다
풀들도 나무들도 제대로 자라
굽은 것은 굽은 대로 곧은 것은 곧은 대로
뼈마디가 드러나도록 서로를 의지하여
연등 한등씩 걸고 강강술래를 한다
탁발하는 새들과 짐승들이
화선지에 점 하나씩을 남기고가
비어있음으로 충만한
달이 머물다간 자리 같다
빈 절터는 비어있지가 않다
샘이 흐르던 자리에
새들이 먹을 찍어 경을 읊고
탑이 있던 자리는
목탁 소리에 취한
바람이 부딪혀 풍경소리로 운다
금당에 바치던 꽃 대신에
들국들이 하얗게 고개 숙이고 있다
부처님 앉았던 돌들은
참기름 바른듯 이마가 빛나
억새들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다
부서진 기와 사이로 끊임없이
수레바퀴가 굴러가고 있었나보다
풀들도 나무들도 제대로 자라
굽은 것은 굽은 대로 곧은 것은 곧은 대로
뼈마디가 드러나도록 서로를 의지하여
연등 한등씩 걸고 강강술래를 한다
탁발하는 새들과 짐승들이
화선지에 점 하나씩을 남기고가
비어있음으로 충만한
달이 머물다간 자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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