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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장은선] 선방(禪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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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32회 작성일 09-02-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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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禪房)

선방이 따로 없다
신문도 돌려보내고
티브이도 끄고 컴퓨터도 안켜니
절간의 한 귀퉁이다
세상이야기가 물 속에 잠들어
고요 속에서 연꽃이 피어난다
나는 한 마리 잠자리가 되어 날아보지만
되돌아오는건 폐부에 갇힌 퉁명한 울림뿐
벽 속에 굳게 박힌 책을 끄집어내며
모질은 마음을 돌로 눌러 앉힌다
가만히 다가가면 어둠 속에서
풀잎들이 힘겹게 숨쉬는 소리 들린다
화초 한 잎씩 돋을 때마다
내 마음도 손톱만큼씩 자라
멀리서 개 짖는 소리에도
옷깃을 여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