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2008년 [시-장은선] 숲 속의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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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집짓기
살다보면 집 한 채 지을 수 있겠지
내 여리고 흰 손이
투박하고 거친 손이 되도록
찌든 마음을 깎듯이 대패질을 하고
상처로 굳게 박힌 대못들을 뽑아야겠지
황토벽돌을 찍어서 거친 바람을 막고
그 바람이 숨 쉴 수 있도록 작은 창문을 내고
발품을 팔아 떡갈나무숲에서 기둥을 구하지
도면보다는 노래가 끊이지 않는 여치집을 보고
창을 열면 마음이 강물에 잠길 수 있도록
깨알 같은 숫자 들여다 볼 필요 없이
거미들이 혈관으로 줄치는 걸 보고
유성들이 젖어 안개비로 흐르도록
까치집으로 오르는 사다리를 만들고
너구리굴같이 훈훈한 광도 딸려서
겨울에는 불꽃같이 이야기가 피어나겠지
내가 만든 집이 나의 무덤이 되어서
틈틈이 나의 몸을 괴롭혔던 개미들과 벗하며
미라가 되어 집에서 뒹굴고 잠들었던
즐겁고 때로는 슬펐던 시간들을 품에 안으며
나뭇잎과 새들과 차 한잔 함께 했었다고
꿈꾸는 산봉우리같이 둥글게 지어야 되겠지
살다보면 집 한 채 지을 수 있겠지
내 여리고 흰 손이
투박하고 거친 손이 되도록
찌든 마음을 깎듯이 대패질을 하고
상처로 굳게 박힌 대못들을 뽑아야겠지
황토벽돌을 찍어서 거친 바람을 막고
그 바람이 숨 쉴 수 있도록 작은 창문을 내고
발품을 팔아 떡갈나무숲에서 기둥을 구하지
도면보다는 노래가 끊이지 않는 여치집을 보고
창을 열면 마음이 강물에 잠길 수 있도록
깨알 같은 숫자 들여다 볼 필요 없이
거미들이 혈관으로 줄치는 걸 보고
유성들이 젖어 안개비로 흐르도록
까치집으로 오르는 사다리를 만들고
너구리굴같이 훈훈한 광도 딸려서
겨울에는 불꽃같이 이야기가 피어나겠지
내가 만든 집이 나의 무덤이 되어서
틈틈이 나의 몸을 괴롭혔던 개미들과 벗하며
미라가 되어 집에서 뒹굴고 잠들었던
즐겁고 때로는 슬펐던 시간들을 품에 안으며
나뭇잎과 새들과 차 한잔 함께 했었다고
꿈꾸는 산봉우리같이 둥글게 지어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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