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2008년 [시-김향숙] 지금 막 잡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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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잡아먹었다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오래오래 두고 보려했는데
열흘도 안 된 오늘
지금 막 잡아먹고 말았다
시장도 멀고 가게도 시원찮은 촌동네
사흘 연휴 마지막 오후
과일이 먹고 싶다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냉장고에 많이 담아둔 과일즙이나 마시라 한다
홧김에 화장대 앞에 앉아
고 예쁜 걸 잡아먹으면서
점점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나이 쉰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한 나의 유아적 유치함이
거울 앞에서 자글자글 왜 그리 즐거운지
친구네 집 뜰에서 가지째 따 온
잎사귀 달린 예쁜 빨간 사과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오래오래 두고 보려했는데
열흘도 안 된 오늘
지금 막 잡아먹고 말았다
시장도 멀고 가게도 시원찮은 촌동네
사흘 연휴 마지막 오후
과일이 먹고 싶다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냉장고에 많이 담아둔 과일즙이나 마시라 한다
홧김에 화장대 앞에 앉아
고 예쁜 걸 잡아먹으면서
점점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나이 쉰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한 나의 유아적 유치함이
거울 앞에서 자글자글 왜 그리 즐거운지
친구네 집 뜰에서 가지째 따 온
잎사귀 달린 예쁜 빨간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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