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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김종헌] 속을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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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12회 작성일 09-02-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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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보이다

scene # 1 : x - ray
자. 가슴은 밀착시키고, 숨을 깊게 들이 쉬고, 숨을 멈추세요.
됐습니다.
보이지 않던 기억들이 뼈마디 마디 새겨져 한 장의 필름에 담
겨졌다.
scene # 2 : 내시경
입을 크게 벌리시고, 힘주지 마세요.
우- 으 - 웩
구역질로 주체할 수 없는 목구멍 깊이
외눈박이 뱀 한 마리 길게 미끄러졌다.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던 응어리들이 모니터에 붉게 크로즈업
됐다.
scene # 3 : 초음파 검사
조금 차가울 겁니다. 기름진 뱃살위로 끈적한 젤이 발라지고,
미끄러지듯 돌아다니는 눈도 없는 기계 하나
양심불량의 심장과 털만 무성한 간 덩어리가 흑백의 점· 점
· 점으로 스크랩 되었다.
scene # 4 : MRI
편안하게 누우십시오. 금방 끝날 겁니다. 자 들어갑니다.
머리부터 발끝 까지 환하게 나를 훑어 내리는 고주파
내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나가 컴퓨터 영상으로 그래픽 되었
다.
#에필로그
당신의 눈동자를 스캔 하겠습니다.
보입니다. 당신의 시커먼 속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