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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최월순] 아버지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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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78회 작성일 09-02-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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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

―청호동에서
바람이 불어 파도는 가끔 해금강 하얀 모래를
청호동 방파제 위로 한 마장씩 부려놓고 가기도 한다네
수평선 위에는 가끔 붉은 달이 떠오르고
달 속에 숨었던 어린 나의 연인이
선연한 눈물 한 줄기 떨어뜨리고 가기도 한다네
때로는 처자를 남겨두고
바다 건너 한사코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다네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내 고향 북고성
뗏목을 타고 건너도 한나절일 텐데
나는 가지 못했네
나는 이제 걷지도 못하고
나의 연인을 알아보지도 못하네
아무 것도 그리워할 것이 없다네
아무 것도 보고픈 것이 없다네
그러나
지난 밤 차가운 비바람 속에
청호동 모래밭에 숨어있는 메꽃 한송이
꽃잎이 다칠까 작은 손바닥으로 가리느라
전전긍긍 하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