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2008년 [시-권정남] 모자母子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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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母子미라
사백년 동안
애기 머리가 어미 자궁 끝에 걸려 있다
빛으로 나올려는 몸짓
축복의 꽃가루가 뿌려지는 순간이다
꽉 쥔 조막손, 쫑긋한 입술이
자작나무 같은 저 하얗고 이쁜 다리가
좁은 공간
골반과 골반 사이에 끼어버렸다
딱 붙어버린 어금니, 노래지던 하늘이
식은땀 흘리며 힘주던 두 팔이
生과 死의 길
밧줄처럼 허공에서 흔들리다가
순간 멈추어버렸다
400년 회곽묘에 갇혀 있던 모자母子미라가
한 달에 한 번 다알리아 꽃물 쏟아내는
세상 여인들 앞에
女子라는 이름을 고발하고 있다
키 153센티, 물푸레처럼 새파란
파평 윤씨 20대 여인이
합성된 사진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백년 동안
애기 머리가 어미 자궁 끝에 걸려 있다
빛으로 나올려는 몸짓
축복의 꽃가루가 뿌려지는 순간이다
꽉 쥔 조막손, 쫑긋한 입술이
자작나무 같은 저 하얗고 이쁜 다리가
좁은 공간
골반과 골반 사이에 끼어버렸다
딱 붙어버린 어금니, 노래지던 하늘이
식은땀 흘리며 힘주던 두 팔이
生과 死의 길
밧줄처럼 허공에서 흔들리다가
순간 멈추어버렸다
400년 회곽묘에 갇혀 있던 모자母子미라가
한 달에 한 번 다알리아 꽃물 쏟아내는
세상 여인들 앞에
女子라는 이름을 고발하고 있다
키 153센티, 물푸레처럼 새파란
파평 윤씨 20대 여인이
합성된 사진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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