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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권정남] 토우土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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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56회 작성일 09-02-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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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土偶

전생이 꿈틀거린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몸놀림
흙으로 빚은 엄지손가락 형상들
뜨거운 숨결 불어 넣는다
전생 어느 골목 양지바른 흙 담 밑에서
소꿉놀이 하던 등이 축축한 개구리
눈곱 낀 거북이가 부뚜막 넘어
솥뚜껑 타고 오르다가 뛰어 내린다
처마 밑 돌멩이 아래 피어난
민들레 꽃다지 옆으로
유방이 큰 아낙이
다리 튼실한 사내하고 엉켜 있고
도마뱀이 고개 젖히며
아슬아슬 항아리 잔등에 매달려 있다
한때 나였던 것들이
내 푸른 혈관을 바늘처럼 따라 돌던
너였던 것들이 전생 어느 흙 담 아래서
민들레 꽃다지로
소복소복 피어나고 있다
꼬물꼬물 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