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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권정남] 시립미술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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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03회 작성일 09-02-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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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에서

희뿌연 조명등 아래
둥둥 고독이 먼지처럼 떠다니고 있다
한쪽 귀 없는 남자하고
긴 머리 뱀으로 머리띠 한
웅덩이처럼 눈 큰 여인이 한 지붕 아래 있다
3층 계단 끝 나선형으로 서있는 관람객들
출렁 강물이다 푸른빛 격정이다
정제 된 시간 속으로
까욱까욱 오페르 밀밭을 가르던
까마귀들이 미술관 천정을 날아다니고
꽃그늘 아래 또 아리 틀고 있던 뱀들이
울긋불긋 배반의 허물을 벗으며
전람실 밖으로 쉬쉬 기어 나오고 있다
천경자와 고흐가 창밖 지는 노을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
원색 물감이 번지는 맞은편 벽엔
노란 해바라기와 보랏빛 장미가
배배 목을 꼬며
절망을 끌어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