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8호2008년 [시-권정남] 선짓국을 먹다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04회 작성일 09-02-05 17:41

본문

선짓국을 먹다가

상도동 언덕 뚜벅뚜벅
소 한 마리 걸어서 올라간다
막다른 골목 차가운 달빛
산언덕 파란 철대문 앞
유리구슬로 차갑게 만져지던 별들
석유곤로에 불 지피고
숭숭 희망을 썰다가 한웅 큼
절망을 버무려 선짓국을 끓였다.
둥둥 건더기로 떠다니던 외로움들이
뜨거운 눈물 몇 사발에 풀어지곤 했다
도시 낯선 거리를 빈 비닐봉지 되어
해종일 쏘다니다가
막다른 골목 담벼락에 기대면
초지 위 뭉게구름과, 별처럼 피어나던
들꽃을 그리워하며
쇠 굽이 다 닳아빠진 맨 발로
뚜벅뚜벅 상도동 언덕을
혼자서 올라가던 소 한 마리
겨울 아침 선짓국을 먹다가
뜨겁던 내 젊은 날
붉은 다알리아로 피어나던
외로움 몇 송이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