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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김영섭] 기어오르기에 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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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61회 작성일 09-02-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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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오르기에 대한 명상

외벽 유리창은 노랑무당거미의 하늘이고
봉당은 바퀴벌레 땅이다.
물대포를 쏘고 눈물탄이 날아도
벽을 기어오르는 다족류의 깃발은
처마에 닿아
몸을 말리고 있다.
굴비처럼 매달린 촛불은
기어오름에 대한 미학
더 이상 기어오르기를 접고
청명한 숲으로 가서
전조등을 끄고 달리고 싶어.
목젖을 죄어오는 거리에
은행나무 언어들이
어둠을 씻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