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8호2008년 [시-지영희] 수박씨가 심장에 박히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7회 작성일 09-02-06 09:39

본문

수박씨가 심장에 박히다

어쩌다 한 번 저지른 일로
한 인간을 판단할 수 없듯이
병력과 뜀뛰기와 초음파, 조영술까지 훑어보나
수박씨는 찾을 수 없었다
당신은 선한 사람이오
검은 씨를 심장에 품을 만큼 아픈 인간은 못 되오
의사의 표정이 묘하다
그랬다
영화 보고, 뒹굴뒹굴 잘 쉬다가
수박 사오는 걸 서로 미루며 일어나는 순간
가슴이 꽉 조여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잘못이라면 서로 미룬 미약한 죄
햇빛을 보면 약효가 사라진다는 응급약이
어두운 주머니 속에서 숨결처럼 겹쳐 있다
선하게 살고 싶은 삶 속에서 뱉어버리고 싶은
저 검은 것
단단한 것
삼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살아나오는 것
의사의 손길을 피해
내 몸 어느 구석엔가 숨었다가
심장에 도로 박혀 뿌리를 내릴지도 모를
검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