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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채재순] 사금파리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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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30회 작성일 09-02-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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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

한 때 어느 집의 빛나는 그릇이었다
가장의 고봉밥을 담았으리라
말끔히 닦여진 채
무언가 담기기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을 터
종일 일 하고 돌아온 사내의 목마름을 풀어줄
물을 담고 자랑스럽게 밥상 위에 있었을지 모르겠다
숨 돌릴 새도 없이 물 허기 달래는 아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복숭아빛 뺨을 가진 아이를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을
사금파리
예전엔 한 가족을 먹인
온기였다
식솔들을 배부르게 했을
그의 고단한 행적들
방금 담은 밥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 안은
일가의 뜨거운 입김, 입김이 그리운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