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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채재순] 돌을 내려놓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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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92회 작성일 09-02-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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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내려놓는 순간,

독수리 공격 피해
소리 소문 없이 산을 넘을 수밖에 없는 두루미*
자갈돌 입에 물고 나는 연습을 하는
두루미를 생각해봐
이제 날아가는 새떼를 보거든
장관이라고 하지 마라
입 다물고 산맥을 통과하는 게
목표인 생이 있다
때론 두려움이 등 떠밀어 날게 한다
산을 무사히 넘고 나서
돌을 내려놓는 순간,
통증이 시작되었음을
소금기 묻은 이마를 식히며
여기까지 온 것이
오래된 기억인 듯
헐은 주둥이를 이따금 움직여보는,
자갈을 악다물고 있는 동안만
살아있는 시간이라고
저토록 팽팽한 활시위를 본 적 있는가
나를 넘어 박차고 가 닿아야 할 나라를 향해
저물도록 겨누는
* 터키 타우러스 산은 두루미들이 지나다니는 산이다. 노련한 두루미들은
독수리의 공격을 피해 산을 넘기 전에 입에 돌을 물고 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