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8호2008년 [시-이충희] 늙은 자전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55회 작성일 09-02-06 10:18

본문

늙은 자전거

세워놓았다면 고물장수 손수레에 실렸음직한 그런 늙은 자전
거를 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에 걸맞는 편안한 표정으로 폐
달을 밟으며 그 늙은 자전거만큼 늙은 그가 지나 간다 어찌나 가
벼이 가는지 바퀴에 깔려도 흠 하나 생기지 않겠네 그런 생각으
로 잠시 머물다 가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손을 들어 아는 체도 하
고 보도에 가득 노란 은행잎이 깔린 이른 아침 망연히 서 있는 내
앞에 딱 설 때도 영낙 없이 그 늙은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황망히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기름끼라곤 얼씬도 않은 가슬가슬한 풍경
하나가 歲寒圖의 구부정한 소나무로 걸리고 얼마간은 그렇다 오
늘은 이상한 날이야 농협 자동문 앞에 선 나를 두 손가락으로 밀
어넣고 저만큼 비켜가는 모습이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던 아이적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찰칵 맑은 기호음으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