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2008년 [시-이충희] 파도 난간에 책꽂이를 세우다
페이지 정보
본문
파도 난간에 책꽂이를 세우다
바다로 들어가 시집 한 권 묶고
그 바다를 300만 원에 팔아치우고
시집 한 권 달랑 챙겨
거하게 출판기념회 마치고
<그 섬에 가고 싶다>*를
폐업하겠다는 시퍼런 각오를
파도자락으로 감추고
어금니까지 훤히 드러내놓고 웃습니다
詩人금옥이가
아무래도 그 바다가 사단입니다
사대육신 멀쩡한 지 서방 놔두고
출렁이는 저 퍼들퍼들한 바다를
기둥서방 삼다니요
파도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세운
책꽂이를 보면 적잖이 미심적습니다
바다를 읽다가 그리움을 읽다가
물새 떼 비상하듯 그렇게 詩가 오시면
아무래도 그 바다 속에서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출과 일몰을 함께 거느리는 그 섬에는
섬이 그리운 詩人들이 들락거립니다
더러는 마득찮은 제 詩들을 몰래 꺼내
바닷물에 헹구고도 갑니다
돌아와서 나도 어디 빈 난간에
책꽂이 한 칸 세울 데 없나 두리번거리다
뽀얗게 날밤을 새웠습니다
*강릉 바닷가 카페
바다로 들어가 시집 한 권 묶고
그 바다를 300만 원에 팔아치우고
시집 한 권 달랑 챙겨
거하게 출판기념회 마치고
<그 섬에 가고 싶다>*를
폐업하겠다는 시퍼런 각오를
파도자락으로 감추고
어금니까지 훤히 드러내놓고 웃습니다
詩人금옥이가
아무래도 그 바다가 사단입니다
사대육신 멀쩡한 지 서방 놔두고
출렁이는 저 퍼들퍼들한 바다를
기둥서방 삼다니요
파도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세운
책꽂이를 보면 적잖이 미심적습니다
바다를 읽다가 그리움을 읽다가
물새 떼 비상하듯 그렇게 詩가 오시면
아무래도 그 바다 속에서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출과 일몰을 함께 거느리는 그 섬에는
섬이 그리운 詩人들이 들락거립니다
더러는 마득찮은 제 詩들을 몰래 꺼내
바닷물에 헹구고도 갑니다
돌아와서 나도 어디 빈 난간에
책꽂이 한 칸 세울 데 없나 두리번거리다
뽀얗게 날밤을 새웠습니다
*강릉 바닷가 카페
- 이전글[시-김충만] 청명淸明 09.02.06
- 다음글[시-이충희] 꾸지람 0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