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8호2008년 [시-김충만] 우리 사는 얘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90회 작성일 09-02-06 10:22

본문

우리 사는 얘기

누구도 길씨 아저씨만큼 열심히 살지 못한다.
한 달에 두 번만 쉬고
새벽 다섯 시부터 저녁 다섯 시까지
청소를 하러 다닌다. 이십년을 하루 같이
묵은 괘종시계처럼
그는 자꾸 늙어 가는데 그의 봉급은 늘어나지 않았다.
칠십만 원에 묶여서 지금까지다.
답답하게 사는 것 같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늘 웃는 얼굴이다.
그는 쓸만한 물건은 챙겨온다.
강아지 집에 해가림 하라고
버려진 현수막으로 그늘막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드릴 게 없는데 그는 우리 집에 필요한 건
뭐든지 만들어 주고 주워다 준다.
지금 내가 도움을 제일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은
길씨 아저씨다.
그는 넉넉하지도 않고 퇴직금도 없다.
그래도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편하게 보인다.
집 사람과 밥을 먹으며 연금 얘기하다가
길씨 아저씨 얘기를 하고
우리 사는 얘기를 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