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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김충만] 동네이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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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41회 작성일 09-02-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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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이발소

동네이발소에 들어갔더니
이발사가 그대로다.
거울 위 색 바랜 예수 사진
밤색 의자 그대로다.
30년 전 드나들던 이발소
거울 속으로 빠르게 징검다리 놓여지고
내가 앉아 있다.
세상은 몰라보게 변했는데
아직도 한 귀퉁이에서
예전대로 살아가는 사람.
‘나 좀 태워다 주라.’
빠끔히 문 열고 부탁하는 노인네
윗마을 가는 분이란다.
‘기다려요.’투박스럽지만 들어준다.
맘씨도 그대로다.
시원시원 가위질을 하고
비누 거품 풀어 면도를 하고
그리고 마른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떨어냈다.
‘머리는 제가 감을게요.’
나도 그때처럼 했다. 그게 편할 것 같았다.
이발소 다녀오면 기분 좋은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