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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김충만] 고물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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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56회 작성일 09-02-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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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장수

옆집 살림살이 잘한다고 소문난 최씨가
고물장수를 시작했다.
허리 고장으로 바깥일을 못하니
아내는 나가 벌고
그는 살림살이나마 물이 안 들게 했는데
주변의 권고도 있고 해서
차 한 대 구해서 나섰다.
세상에 망가지지 않는 게 어디 있으랴
버리는 게 또 한 두 가진가
캄캄한 새벽부터 돌아치며
사람들 버리는 걸 참 소중하게도 모아온다.
기름값 빼고도 일당이 된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폐지도 줍고 고철도 줍고
보이는 대로 줍는다.
고철이 킬로그램당 오백 원이었는데
여름 내내 죽어라 날라대니
어느 날부턴가는 백 구십 원씩 준다고 한다.
차 기름 값은 오르는데 고철값은 내린다.
시작했으니 들어앉아 있을 수도 없고
오늘 주워 온 빈 깡통만도 산더미다.
이건 킬로그램당 백 원짜리다.
최씨가 고물장수 그만둘까봐 걱정된다.
그만두면 세상이 쓰레기로 넘칠 것만 같다.
지금도 바쁘게 돌아치는 그에게
더 부지런히 돌아다니라는 얘기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