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2008년 [시-김충만] 가뭄과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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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힘
오이덩굴이 늘어지는가 싶더니
손바닥 같던 가지 잎이 오그라지기 시작했고
세상구경 한지 얼마 안 된 열무는
바닥에 엎드려 혓바닥을 내밀더군.
밭 구석의 도라지가 입을 앙다물고
아직은 참을만하다 하고
밭두렁의 옥수수만이 깊이 박은 뿌리 덕에
잘 버티고 있다네.
가뭄 든 텃밭에서
가지각색 저들의 진지한 표정을 읽어나가다가
마른 모래알에서 멀어져 가는 작은 물기
그것을 움켜잡기 위한 실뿌리들의 움직임과
호흡 소리를 들었다네.
링거 팩에서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무색의 힘
그것을 빨아들이기 위해
죽을 힘으로 곤두섰던 당신의 혈관처럼
가뭄 밭에 몇 개의 힘줄이 불끈거렸네.
가뭄 든 텃밭 한 자락 지닌 사람은
세상은 별처럼 멀지 않고
타들어 가는 맑은 눈은 노을을 닮지 않았네.
당신 가슴에 심겨진 작은 잎들에게
오늘은 힘이 되는 눈길을 보내야겠네.
오이덩굴이 늘어지는가 싶더니
손바닥 같던 가지 잎이 오그라지기 시작했고
세상구경 한지 얼마 안 된 열무는
바닥에 엎드려 혓바닥을 내밀더군.
밭 구석의 도라지가 입을 앙다물고
아직은 참을만하다 하고
밭두렁의 옥수수만이 깊이 박은 뿌리 덕에
잘 버티고 있다네.
가뭄 든 텃밭에서
가지각색 저들의 진지한 표정을 읽어나가다가
마른 모래알에서 멀어져 가는 작은 물기
그것을 움켜잡기 위한 실뿌리들의 움직임과
호흡 소리를 들었다네.
링거 팩에서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무색의 힘
그것을 빨아들이기 위해
죽을 힘으로 곤두섰던 당신의 혈관처럼
가뭄 밭에 몇 개의 힘줄이 불끈거렸네.
가뭄 든 텃밭 한 자락 지닌 사람은
세상은 별처럼 멀지 않고
타들어 가는 맑은 눈은 노을을 닮지 않았네.
당신 가슴에 심겨진 작은 잎들에게
오늘은 힘이 되는 눈길을 보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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