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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수필-서미숙]마흔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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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939회 작성일 05-03-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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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먹는것은세월을먹는것이라고…
“생각하면 늙는다는 게 꽃보다 강렬해 落花에 새겨진 필체는 사뭇 정감이 있
지때론관중을선택한다는것을비로소알것같아”(김규린님의박제에서)
아침에신문을읽다보면詩를읽는습관때문에마음에와닿으면곱게오려
서식탁유리밑에넣어두고읽곤한다.
나이를먹는다는것을느낀것은삼십대중반을넘어서이다. 유전적인것때
문에서른셋부터새치가보이기시작해미용실에가면젊은것이새치가있다고
큰일이라고 동네 형님들이 걱정을 해주던 삼십대가 엊그제 같건만 不惑之年의
나이를넘고말았다.
서울에서오랜만에동생이놀러왔다. 도착했다는전화를받고주차장에뛰어
내려가보니동생이대뜸하는말“언니왜그렇게늙었어?”하는것이아닌가.
“내가어디가늙어?”
“아니야, 아니야그이쁜언니가늙었다세월에장사없다더니우리언니도나
이를먹나보네”쯧쯧하면서…
그래거울을보면서화장을할때마다사실늙어가고있음을나도알고는있었
지만막상오랜만에본동생에게듣는소리는썩반가운소리는아니었다.
눈밑에쳐진반달모양의주름, 하얗게스물스물자라나오는흰머리갈라지는
발꿈치늘어만가는뱃살, 온몸에살점덩어리들이덕덕붙는느낌도갖는다.
지금은영양제다뭐다해서얼굴, 온몸에손발까지바를수있는좋은화장품
이많이나와있어관리하기나름이고성혈수술로도얼마든지고칠수있지만옛

날우리어머니시절에는구르므콜드크림이최고의화장품이아니었나. 발크림
이라곤 상상도 못할 그럴 시기 오래된 크림으로 발 맛 사지를 하시던 어머니의
발꿈치를바라보며“엄마왜그렇게발꿈치가까끌까끌해?”했었다.
그러면“응늙어서그래”이대답뿐더이상의말씀은안하셨다. 그렇게세월
이지나어느날똑같이우리딸아이가물었다. “엄마발이왜그래?”
“응늙어서그래.”
나도벌써그시대어머니의나이를먹고있었다.
텔레비젼에서선전하는트라스트관절염약이나와는상관이없어보였고어
디다쓰는약인지조차관심도보이지않던난요즘가끔다리가시큰거려관절
염골다골증등으로온통우리몸에서영양분이빠져나간다는소리에귀가솔깃
해져생전먹지도않던영양식품을골라보고음식을칼로리따져보고못먹던흰
우유까지하루도안빠지고먹고있다.
전철안에서우산을들고옆에놓으면이십대고두다리사이에지팡이처럼끼
고있으면사십대라고그사십대를놀리던시절도있었다.
딸아이와서울나들이를갔었다. 여기속초는거리가멀지않고움직여도차로
이동을하던습관이라서오랜만에전철을타고서있으려니많이힘들었다.
두루두루 자리가 있나 눈치를 살피느라 가자미눈으로 변하고 재빨리 자리가
나면뛸태세로내다리는이미완전무장을한상태였다.
노인석지정보호석이비어있다. 서있기는너무힘들어서딸아이에게임시방
편으로가서앉자고했다.
“엄만~”하면서도내심저도힘든눈치라마지못해앉았다.
그런데실컷앉아오고는전철에서내리면서하는말이
“이그~우리엄마도이제완연한아줌마티가나네친구들이젊은엄마같다고
좋아했는데이젠그것도아닌듯싶네”
가슴이철썩내려앉는다.
언젠가거울을보니낯선여인이있었다.

누구지? 누구지?
물어보기만할뿐대답은없습니다.
화장대에앉아최대한어리게보이려고안간힘을쓰며화장을고치고또고치
고결국은화장을다지워버립니다.
그곳에내가있습니다.
화알짝 미소를 짓고 눈가의 주름도, 새하얀 새치도 그래도 이 모습이 좋습니
다.
화장이짙어진낯선여인은싫다고합니다.
그냥지금의사십대가좋다고미소를짓습니다.
나이을먹음은자연스러움이야하고난자랑스럽게맞이할준비가되어있었
는데딸도그렇고동생이고집안의살림살이가엉망이라는둥서울살땐음식도
맛있더니짜다고투덜걸릴때놀러온것인지살림을염탐하고참견을하러온
것인지너도나이를먹어봐라했지만슬펐다. 하긴어디한번나갈때도옷을입
기위해열번도더갈아입을때도있었으니온통옷장을뒤진다.
갈색벨벳윗도리를입고갈색나팔바지를입고양말도갈색빛으로신고화장
을한다.
눈가에도갈색쉐도우갈색부츠에갈색가방에온통갈색으로거울을보니너
무도흡족스런자신의모습에미소를짓고아파트밖을빠져나오려는순간경비
아저씨가어디서주어다놓은경비실입구전신거울속에자신의모습이비춰진
다.
밝은빛에비춰진내모습너무도어울리지않아옷은애들스럽고얼굴은화장
기가 먹지 않아 푸석푸석 머리는 흰 새치가 쭈빗쭈빗 빠져나와 언 바란스인 내
폼 새 발은 반쯤은 빠져나와 밖으로 향하고 뒷발은 아직 떼이지 못하고 갈등을
겪고그냥갈까다시갈아입을까친구들과의약속시간때문에시계를보며차시
동을걸고그냥거리로나간다. 부랴부랴약속장소로뛰고있다. 또길가건물유
리에내가비춰지는모습을보고다시는이옷을입지않으리후회를한다.

지나는사람들이다나만바라보는것같다. 하지만아무도나를바라보는이
는없었다. 속이상했다. 10년만아니5년만젊다면빽청바지를입어도허여멀
건 티 쪼가리를 걸쳐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는데 괜시리 오지 않는 친구들만
원망하고있다.
약속시간아직7분이남았는데도그짧은시간동안별의별생각이다든다.
난머리염색을자주하여서인지눈도노화현상이빨리왔다.
원래근시가있는데다몸이많이아프고나서시력이갑자기떨어졌다. 그래
검사를하니돋보기를맞추란다. 하긴원래몸도약하고산에도잘오르지못하
니, 무늬만30대이고온몸이60대라고주위에서놀리기도했으니아들녀석에
게 엄마가 이제 나이가 먹어서 오래 책도 못보고 글도 못쓰게 되어서 돋보기를
사왔다고했더니울먹이면서“그래도우리엄마는이뻐요”하고안아주어위안이
되기도했지만어릴적나이드신분이유행가가사를부르며흥얼거릴때, “야휴
~무슨저런노래를부르나”했던난언제부터인가트롯음악이귀에들리고그노
래들이가슴에와닿기도한다. 요즘은사진도그렇다. 같은삼십대에는사진을
찍어도잘가름하지못했던나이가사십이되어사진을찍으면나이가어쩜그리
꼭박혀서나타나고그나이를짐작해한다.
어느책에선가나이를별에비유한글을읽은적이있다30대는火星으로용
감하고강직하고굳세어서투쟁을일삼고40대는네개의조그마한유성이장악
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의 범위도 확대되고 그 가운데 체레스(ceres)의 도움을
받아프루기(frugi)가꼭화려한외모보다는실속을차리게된다고도한다. 50
대는木星으로새로운세대에대해자기의감정을자각하여경험과지식이풍부
하게되며주위사람들에게권위를갖추게되며남의명령을받으려하지않는다
고한다. 재미있는이야기지만이렇듯점성술에서이야기한별에깃들여진인간
의한평생이란어차피늙어가고나이를먹는다는것모든만물이그러하듯세
월을우리는빗겨갈수없음이라그래도여성이라는이름으로가꾸고자신의터
전을 꿈꾸는 여자가 좋기는 좋다. 물론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여 아름다움을

내보일수있음은더없이좋은일이다.
한때는나도철저하게내관리를하여허리25인치의몸매를유지해왔었다.
저녁6시이후로는아무것도먹지않는끈기와집념으로관리를했었다. 그러
나심한위궤양을앓아살이쪽빠지면서눈가에주름도생기고병으로인한노
화는어쩔수없었다. 아프고나니건강이최고라는생각이들어먹고싶을때먹
기로결심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살이 찌면 난 얼굴만 찌기를 원하건만 배부터 찌고 또 빠질
때는얼굴만빠진다. 화가나게도말이다.
하긴살은위에서그리고밑에서부터빠지고찔때는배부터찐다고하니속
상한 원리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요즘은 참 사는 게 힘들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너나 나나 모두가 경제적인 부담은 점점 커지고 사는 부담도 더 커지고 미래에
대한걱정때문에마음은점점조여지고있다.
하지만40대든50대든더나이를먹고있든나만이가지고있는색깔을갖고
살고싶다. 언제가잘아는선생님과수업종강을하고술한잔을먹으며이야기
한적이있었다.
빤히 나를 바라보면서 힘들면서 힘들다 표 내지 않고 밝게 사는 네가 좋다고
하셨다.
그리곤넌말야색깔이있어남들이가지지않은아주독특한색, 우리미술을
하는사람들은그렇게색이조금씩보여그런데넌참독특해보랏빛같기도하
고잿빛같기도하고말야아무튼색이있어.
그 색을 우리여자 들은 하나씩 갖고 살아야 멋있다. 하지만 힘들지 살림하랴
애키우느랴남편뒷바라지에그렇게늙고자기를잃어버리고살지그러나그럴
수록더노력해서살아가야하는게여자라고더구나너처럼40대를넘어가면서
더슬퍼지고더힘들다고지혜롭게넘기라고그래힘이들고때론너무행복해서
나를잊어버리거나해도난나의색깔을잃어버리고사는일은없도록노력하고
살것이다.

40대의색을더진하게갖고살도록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