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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박명자] 쥐똥나무의 눈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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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90회 작성일 09-02-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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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의 눈이 빛난다

지상에 하얀 눈 눈 눈…
자꾸 자꾸 눈 내려 쌓이고
더욱 허전한 날에는
머언 숲에 홀로 가 보고 싶다
기억의 푸른 모닥불 오두마니 지펴 두고
꺼질듯한 톤으로 지구 반대편에
메아리를 길게 늘인다
감성여린 겨울 쥐똥나무 우둠지께로
적막한 손 밀어 넣어 딸국질하는 쥐똥하나
얼른 오지랖에 놓아 본다
어디서 동그란 햇살 도그르르 굴러나와
영민한 쥐똥을 굴리듯이 마른 소문을
마을 구석구석 부풀린다
토막난체 바싹 여윈 소문들 화안히 꼬리 들고
눈밭 속으로 일제히 날아 간다
물없이 쥐똥 한알
얼른 집어 삼킨다
문득 세상 모서리에 떠오르는
똥글똥글한 그의 눈
쥐똥나무의 눈이 오늘 더욱 까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