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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박명자] 2시 15분의 청 보리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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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71회 작성일 09-02-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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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15분의 청 보리 밭

45도 비탈진 산 밭 이랑을 건너가는 흰구름 자락도
가로세로 펄럭이는 유월, 창끝 같이 예리한 햇살이
청보리 밭 두렁에 떨어진다.
유월의 해시계 아래 누가 이마에 방아쇠를 당기고 있나.
느닷없이 술렁이는 k씨네 청보리들…
2시15분의 청보리 밭 두렁은 활시위처럼 팽창한다
놀란 보리이삭들은 시인의 말보다 빳빳하게 수염세우고
긴장한다.
무성한 웅성거림은 사방 연속무늬로 풀어지며…
맨몸으로 눕는 금색 보릿단 사이로 누가 비척 비척
걸어 나간다.
앗 반 고흐 !
뒤를 흘깃 돌아보는 수염 속 사나이
부서진 유월의 탱크는 녹이 슬고 멈춰버린 지뢰는 잡초 속에
돌이 되어 가지만 생전에 그가 쏟아내지 못한 말들이
끈적한 객혈로 보리밭 시간위에 흘러 번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