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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정영애] 도라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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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24회 작성일 09-1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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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꽃


벽지 속 꽃무늬로 낡아가던 여자
누추한 방에 보리자루로 익어가던 여자
아버지의 가래 속에 뱉어지던 여자
밤이면 허기진 눈이 맑아오던 여자
백치 같던 여자
우렁이 각시처럼 빈 물독에서 아침 짓던 여자
기침할 때마다 내 목에 스며들던 여자
쓰디쓴 생이 뿌리로 내려
땅 속까지 하얗게 불 밝히던 여자
생즙 같은 여자
날마다 빛 한 줄기씩 뽑아내고
지금은 몸이 어두운 여자
한 번도 하늘에 올라가지 않은 여자

곧 별이 될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