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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정영애]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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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13회 작성일 09-12-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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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여보세요
당신은 중독입니다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나를 유혹해 줘
뽕짝부터 클래식까지
교태를 부리며
나를 흔들어 줘

하얀 종이 위에
수없이 고쳐 쓰던
연애편지는 박제되고
손 닿을 수 없는 희망들에
목이 타 들어가
조곤조곤 속삭이던 나비 날개 같던
입술들
모두 타락하고
짧은, 유곽에서의 하룻밤처럼
허겁지겁 중심을 잃은
언어들의 바다에
뼈들을 염장시킨다

가벼움에 짓눌리어
헤프게 버려지는 언어들의 뼈를 추려
오늘

엄숙한 장례를 치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