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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고선희] 철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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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07회 작성일 09-12-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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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둑길


사십 계단 언덕 아래 지붕 낮은 집
바글바글 말간 수제비가 끓네
동그란 양은 쟁반에 수저 하나 더 달라며
불쑥 손잡았던 아이
바람이 불 때마다 향기 되어 오르네

대학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연애중이라는 소문에
맥없이 주저앉은 그날부터였을 것이네
그 아이 미움으로 빈 가슴 채우는 내내
왜 내가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네
생채기는 옹이 박힌 가슴만이 아니었네

철둑길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할머니 낮은 집이 커다란 빌딩으로 변한 뒤에도
마음 떨리게 보고 싶던 아이
총알 목걸이를 만들어 건네주던 아이
꼭 다시 만나야 한다며
안경 너머 눈물 뚝뚝 떨구던 그 아이

스치듯이라도 보고 싶은 날
내 그리움으로 건너와 움푹움푹 볼우물 패는
철 둑 길 그 어느 날의 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