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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정명숙] 두 마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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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0회 작성일 09-12-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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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디의 노래


섬마을에 할머니 한 분 홀로 사시는데요.
뭍 찾아 떠난 다섯 남매 혼자 키우느라
할머니 목에 뿌리내린 혹 덩어리 열어볼 겨를이 없었대요.
삼십년 세월 영역 넓혀가고 있는
아이 머리만큼 커진 혹은요
고개 숙이기를 거부하는데요.
고개 들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감사하다는 할머니는
흥이 나면 딱 두 마디 밖에 모른다는 노래를 불러요
‘잘난사람잘난대로’,‘ 못난사람못난대로’
생은 그런 거라고, 그렇게 사는 거라고
빨간 머플러 속에 삶의 무게를 감추고 사는
일흔의 할머니가요
딱 두 마디 뿐인 노래를 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