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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신민걸] 그런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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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36회 작성일 09-12-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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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지, 뭐


한우를 가게 이름에 넣은 새로 생긴 육고기집과 커다란 수족관
을 문 앞에 내다놓은 먼저 생긴 물고기집이 붙어 있는데, 우리의
든든한 저녁을 위해, 이제 어디로 들어갈깝쇼? 마침 그 마주한
벽에 달력이 하나 걸려 있네요, 들여다보니 거기 달력은 기름때
낀 늘 5월이구요, 어느 한 날에 뱅글뱅글 돌려놓은 벌건 동그라
미가 크게 펄떡거리고 있네요, 그 달력 위에는 부엉이 시계가 돌
아가구요, 돌아도 돌아도 늘 5월 23일이라네요, 뻐꾸기도 아니
고 부엉이라니, 선택은 늘 앞서 가는 친구, 지나고 나면 남아 있
는 친구는 미련 아니면 애절한 그리움이랍니까? 세상은 바보처
럼 잘도 돌아가고, 부엉 부엉 잘도 되돌아가시네요, 육고기집과
물고기집이 어깨동무를 하더라도 먼저 문 닫는 집이 있고, 그 자
리 다시 새로운 가게가 차지할 테고, 언제 또 다시 물고기집과 육
고기집이 어깨동무를 하겠지요, 그런 거죠, 뭐, 먼 훗날에는 물
고기집도 육고기집도 끝내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요, 우리들처럼
그런 거죠? 그러니 낡고 빛나는 벽은 이대로 남겨둬야겠어요, 늘
오늘처럼 선택은 제일 맛있는 친구니까요, 그런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