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9호2009년 [시-신민걸] 옥수수에 탐닉하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28회 작성일 09-12-28 16:53

본문

옥수수에 탐닉하다


참으로 오래 기다린 칠월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칠월이다
유월은 더뎌서 아파서 이제야 칠월이다
칠월도 며칠 남지 않은 칠월이다
칠월만 가득해서 오지 않을 칠월이다
장마 비가 길게 우는 마지막 세월이다

옥수수가 홀딱 비에 젖는다
잔혹하게도 알뜰히 적신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적중의 문제다
개기일식이 다시 일어났다
서늘하고도 음침한 나날이다
무참히 적시는 비를 맞으면서도
옥수수는 아들아이처럼 쑥쑥 잘도 자란다

날로 안타까워 눅눅한 세상
한맛비를 맞는 옥수수는
이제 나의 총체적 적바림이다
잘 익은 옥수수 한 자루
젖은 수염 끝을 벼려 획획 적으면
한 통 속 알알이 죄다 화두다
불길한 칠월은 끝내 버릴 수 없다
또 막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