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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신민걸] 다시, 아들의 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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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29회 작성일 09-12-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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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들의 광장에서


미혹의 시대를 바닥까지 채웠던 두꺼운 안개가 자리를 뜨려고
질펀한 엉덩이를 자꾸 씰룩거리는 찰나,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들어찼던 차들이 잘 삶은 옥수수 알맹이 빼먹듯 쏙쏙 빠져나가버
리면, 불륜의 아침드라마와 매일 만나는 설거지와 세탁기를 돌리
고 난 아들과 손녀, 손자와 딸들이 뒤늦게 하나둘씩 광장으로 쏟
아져 나온다
어제도 어김없이 타고 놀던 세발자전거를 낑낑 데리고 나와 땀
철철 흘리면서 바퀴 돌리는 법을 익히는 거룩한 아들들이여, 돌
고 돌리고 돌아가는 이 시대의 가장 낮은 자리, 가장 넓은 자리에
서 땀 흘리는 모양을 보면서, 언제나 어린 눈동자 말똥거리는 너
희를 위하여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퀴는 구르게 마련이라는 어설픈 양심을 들먹거리며 너희를
현혹할 것이냐, 바퀴자국과 발자국으로 범벅이 된 안개 정국 속
에서 교육이란 무엇인가, 바퀴를 굴리기 위해 애쓰는 모양이 하
도 서글퍼서 광장 한가운데 서서 다시 양심을 거론한다, 반드시
이 무지막지한 안개가 자리를 뜰 거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