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2009년 [시-박대성] 열무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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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김치
시장을 돌아 사 오신 열무 한 단으로
정성들여 김치를 담그신 어머니
맛이 있냐며, 맛을 보라며 건네는 열무 가닥에
길게 한 올 따라 올라오는 긴 머리카락 하나
잠시 어리석고 불경스런 멈칫거림에
그게 무어냐 무어냐며 다그쳐 물으며
아니, 그 몹쓸 뱀이 어쩌자고 거기에 들어앉았냐고
거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앉았냐고……
괜찮다고 맛있게 먹는데 또 한 올 따라 올라오는
검고 가는 열무 한 올
어머니가 볼 새라 꼭꼭 씹어서 삼키는
어머니의 푸른 체온 한 올
시장을 돌아 사 오신 열무 한 단으로
정성들여 김치를 담그신 어머니
맛이 있냐며, 맛을 보라며 건네는 열무 가닥에
길게 한 올 따라 올라오는 긴 머리카락 하나
잠시 어리석고 불경스런 멈칫거림에
그게 무어냐 무어냐며 다그쳐 물으며
아니, 그 몹쓸 뱀이 어쩌자고 거기에 들어앉았냐고
거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앉았냐고……
괜찮다고 맛있게 먹는데 또 한 올 따라 올라오는
검고 가는 열무 한 올
어머니가 볼 새라 꼭꼭 씹어서 삼키는
어머니의 푸른 체온 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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