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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박대성] 아버지, 액자는 따스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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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25회 작성일 09-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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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액자는 따스한가요?


집이 좁았다. 삼형제가 여섯이 되고 여섯이 다시 불어 열둘이
되는 건 행복한 인구론이다. 명절이 되면 집이 부었다. 막걸리를
받은 기정떡이 불듯 집이 부어올랐다. 아버지도 부어올랐다. 무
작정 아버지에게로만 달려들던 세상의 포탄들. 아버지는 부어오
른 참호塹壕였다.

집이 좁았다. 부어오르던 아버지가 서둘러 액자로 들어 가셨
다. 창 하나로 지은 아버지의 집이 겅중 허공에 걸렸다. 그 공중
의 망루가 마음에 드시는지 연신 웃으신다. 아버지가 비운 자리
는 고스톱 판이, 윷판이 서고 둥근 술상이 놓이기도 한다. 망루에
서 내려온 아버지가 다시 도리도리 곤지곤지를 배우는 사이 애기
똥풀이 피었다지곤 한다. 참 넓고 깊은 아버지의 자리. 아버지,
액자는 따스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