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2009년 [시-박대성] 청초호 말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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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호 말뚝
청초호 말뚝에 눈이 내리네. 눈은 그 말뚝 하나가 이 세상 천지
인줄 알고 내리네. 말뚝 하나만 온전히 적시고 감싸 안으면 시리
고 아픈 것들 하나 없으리라 정성들여 쌓이네. 말뚝은 산과 들처
럼 눈을 받네.
나무 하나가 죽어 말뚝이 되는 일과 한 때 무수한 비바람과 천
둥 번개를 받아 내리던 나무의 손과 발을 보네. 비로소 모두 버리
고 하나의 완성된 영토가 된 나무를 보네. 사람들이 그 말뚝의 푸
른 사지가 되어 도네. 말뚝은 사람을 불러 가루받이를 하네. 호수
를 도는 연인들이 잠시 뜨겁네. 말뚝은 다시 나무가 되네.
그 말뚝에 아버지가 배를 비끌어 매었고 그 말뚝이 아이를 낳
아 길렀네. 철새들이 날아와 말뚝에 앉고 말뚝은 깃털로 따스하
네. 새들도 말뚝처럼 외다리로 서네.
사람들이 호수를 도네. 말뚝 주변을 빙글 도네. 흰 눈은 소낙비
처럼 내리네. 말뚝이 호수의 추녀처럼 서네. 이어 호수가 곧추 서
네. 서서 걷고 싶은 호수의 꿈. 호수도 말뚝의 말을 알아듣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네. 사람들이 말뚝을 도네. 호수가 도네. 말
뚝이 사람을 도네. 호수가 사람을 도네. 서로 따스해지네.
청초호 말뚝에 눈이 내리네. 눈은 그 말뚝 하나가 이 세상 천지
인줄 알고 내리네. 말뚝 하나만 온전히 적시고 감싸 안으면 시리
고 아픈 것들 하나 없으리라 정성들여 쌓이네. 말뚝은 산과 들처
럼 눈을 받네.
나무 하나가 죽어 말뚝이 되는 일과 한 때 무수한 비바람과 천
둥 번개를 받아 내리던 나무의 손과 발을 보네. 비로소 모두 버리
고 하나의 완성된 영토가 된 나무를 보네. 사람들이 그 말뚝의 푸
른 사지가 되어 도네. 말뚝은 사람을 불러 가루받이를 하네. 호수
를 도는 연인들이 잠시 뜨겁네. 말뚝은 다시 나무가 되네.
그 말뚝에 아버지가 배를 비끌어 매었고 그 말뚝이 아이를 낳
아 길렀네. 철새들이 날아와 말뚝에 앉고 말뚝은 깃털로 따스하
네. 새들도 말뚝처럼 외다리로 서네.
사람들이 호수를 도네. 말뚝 주변을 빙글 도네. 흰 눈은 소낙비
처럼 내리네. 말뚝이 호수의 추녀처럼 서네. 이어 호수가 곧추 서
네. 서서 걷고 싶은 호수의 꿈. 호수도 말뚝의 말을 알아듣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네. 사람들이 말뚝을 도네. 호수가 도네. 말
뚝이 사람을 도네. 호수가 사람을 도네. 서로 따스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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