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2009년 [시-최명선] 벌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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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시인
개도소도 시를 쓰는 세상이라고
어느 시인 말을 하네, 개도소도 아닌
사람인 내가 시 한 편 못쓰랴 싶어
원고지 앞에 턱 괴고 앉았네
하루 종일 시는 써지지 않고
개와 소, 소와 개 뇌까리다가
티 없이 맑은 그들 눈망울에 빠지고 말았네
시야 못 쓰면 내일 다시 쓰면 되지
푸들거리는 마음 챙겨 일어서는데
구겨진 한 무리 파지 속에서
쓰러진 나무의 말이 가슴을 찌르네
개도소도 못 되는 밥 벌레아
일 없이 나무만 쓰러뜨리는 당달봉사야
윙윙거리는 말에 심장을 물린
나는 한 마리 가여운 벌레였네
앞가림도 못하고 허울에 기대 사는
한 마리 눈 먼 벌레시인이었네
개도소도 시를 쓰는 세상이라고
어느 시인 말을 하네, 개도소도 아닌
사람인 내가 시 한 편 못쓰랴 싶어
원고지 앞에 턱 괴고 앉았네
하루 종일 시는 써지지 않고
개와 소, 소와 개 뇌까리다가
티 없이 맑은 그들 눈망울에 빠지고 말았네
시야 못 쓰면 내일 다시 쓰면 되지
푸들거리는 마음 챙겨 일어서는데
구겨진 한 무리 파지 속에서
쓰러진 나무의 말이 가슴을 찌르네
개도소도 못 되는 밥 벌레아
일 없이 나무만 쓰러뜨리는 당달봉사야
윙윙거리는 말에 심장을 물린
나는 한 마리 가여운 벌레였네
앞가림도 못하고 허울에 기대 사는
한 마리 눈 먼 벌레시인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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