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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최명선] 따듯한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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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04회 작성일 09-12-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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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소묘


할머니 한 분 파마 하러 오셨다
쉬이 풀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말라는 목소리
당부보다 높이 켜져 미장원을 울린다
얼마쯤 지났을까
꼬불거리는 머리가 마치 라면발 같다
흡족한 듯 흘리시는 명랑한 웃음이
잘 삶아진 국숫발처럼 투명한 오후
마음과 마음이 만들어낸 따뜻한 은유가
가슴과 가슴 사이 마중물을 만드는데
야채 행상으로 어렵게 삼 남매를 키우셨다는
등 굽은 할머니의 뒷모습 보며
구불거렸을 노부의 생이 쭉쭉 펴지기를
남은 길 생라면처럼 부러지지 않기를
이제 더는 불은 라면처럼 끊어지지 않기를
기원했다, 다만 할머니 머리카락 위에서만
꼬불꼬불 오래도록 풀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