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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장은선] 크고 헐렁헐렁한 스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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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20회 작성일 09-12-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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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헐렁헐렁한 스웨터


택배로 온 상자를 열어보니
두 치수 더 큰 스웨터가 들어있다
몸에 맞지 않는 크고 헐렁헐렁한 스웨터
닫았던 가슴을 여니 오히려 푸근해 보인다
아침마다 기계가 되어
조이고 기름칠하고 거울을 봤던가
조였던 털실이 풀어져
쓰다만 연서처럼 여백을 준다
곡예사들은 몸통바지를 입고
몸을 굴려 사랑을 보낸다지
치수에 꼭 맞는 잎을 달고
숲이 되기를 싫어했던 겨울나무
내가 너에게 가는 길은
네가 가슴에 들어올 수 있도록
비맞는 가문비나무처럼
가끔은 크고 헐렁헐렁한 옷을 입어
훈훈한 바람을 내보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