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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장은선] 버스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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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20회 작성일 09-12-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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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있는 풍경


맞은편 정류장에서
지나가는 버스를 본다
베일 것 같이 달려드는 차들의 모서리에
걸림돌이 되어버린
낡은 성냥갑 속의 유황알갱이들
황급한 사이렌 소리에
죽은 듯 엎뒤어 있던 얼굴들이
파먹은 옥수수 껍데기처럼 유리창을 내다본다

부서지고 금간 유황 부스러기들이지만
눌리고 눌려도 싹을 틔우는
질그릇 같은 희망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 상처들에 누군가가 부싯돌을 그어대면
금방 달맞이꽃 같이 환한 얼굴이 되어
뒷골목의 채이고 조각난 이야기들이
한없이 뭉게구름으로 피어오를 것 같다

세파 속에 썰물 같이 빠져나가는
차들과 인파들 속에서
아직도 덜그럭거리는 소달구지에 올라탄 듯
효모처럼 시큼하고 때절은 사연들을 싣고
작은 섬 같이 둥둥 떠다니는 버스들
우리의 만남들이 길에서 시작되지만
눈을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길들
정류장 노선판을 별자리로 헤아리는 나에게
내일의 행운번호라도 알려주듯
어린아이가 넝쿨손 같이 고운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