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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김향숙] 어느 노인의 쓸쓸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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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16회 작성일 09-12-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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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인의 쓸쓸한 이야기


멀리서 고향친구가 세상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는 아침은
참 쓸쓸하다
아들과 큰 사위를 문상 보내고
왼 종일 뒤척이는 천둥벌거숭이 유년의 꿈
누구에게나 저녁이 오고 가을이 오고
떠날 때가 오리라 생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병명이 점점 늘어 소진해 가는 노구의 병상에서
선잠 깨인 긴 밤은 참 우울하다
소변기와 휴지통, 친숙한 약봉지들
평생 부려먹은 몸이 박제가 되어가느라고 이리 아픈게야
가족을 위해 일하다 마친 내 삶의 영역을 두고
나라와 민족, 인류를 위한 기여도에 대하여 묻는다면
나도 할 말이 없다

뉘어놓으면 누운 채로
기대어 앉혀 놓으면 앉은 채로
밖에 비가 오는가
봄이 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