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2009년 [시-김향숙] 어느 노인의 쓸쓸한 이야기
페이지 정보
본문
어느 노인의 쓸쓸한 이야기
멀리서 고향친구가 세상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는 아침은
참 쓸쓸하다
아들과 큰 사위를 문상 보내고
왼 종일 뒤척이는 천둥벌거숭이 유년의 꿈
누구에게나 저녁이 오고 가을이 오고
떠날 때가 오리라 생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병명이 점점 늘어 소진해 가는 노구의 병상에서
선잠 깨인 긴 밤은 참 우울하다
소변기와 휴지통, 친숙한 약봉지들
평생 부려먹은 몸이 박제가 되어가느라고 이리 아픈게야
가족을 위해 일하다 마친 내 삶의 영역을 두고
나라와 민족, 인류를 위한 기여도에 대하여 묻는다면
나도 할 말이 없다
뉘어놓으면 누운 채로
기대어 앉혀 놓으면 앉은 채로
밖에 비가 오는가
봄이 왔는가.
멀리서 고향친구가 세상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는 아침은
참 쓸쓸하다
아들과 큰 사위를 문상 보내고
왼 종일 뒤척이는 천둥벌거숭이 유년의 꿈
누구에게나 저녁이 오고 가을이 오고
떠날 때가 오리라 생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병명이 점점 늘어 소진해 가는 노구의 병상에서
선잠 깨인 긴 밤은 참 우울하다
소변기와 휴지통, 친숙한 약봉지들
평생 부려먹은 몸이 박제가 되어가느라고 이리 아픈게야
가족을 위해 일하다 마친 내 삶의 영역을 두고
나라와 민족, 인류를 위한 기여도에 대하여 묻는다면
나도 할 말이 없다
뉘어놓으면 누운 채로
기대어 앉혀 놓으면 앉은 채로
밖에 비가 오는가
봄이 왔는가.
- 이전글[시-김향숙] 나 오랫동안 외로워보았네 09.12.28
- 다음글[시-김향숙] 설악 단풍 09.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