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2009년 [시-최월순] 이 저녁
페이지 정보
본문
이 저녁
—친구 이유근의 장례식장에서
스위치백으로 오르던 태백의 높은 산길이
산기슭에 무리 짓던 주홍빛 나리꽃이
지친 꿈길에서도 언제나 선연하였다.
청춘을 가로질러 가던 시간 속에서
서슴없이 손 내밀던 얼굴 하얀 소녀도
수줍게 얼굴 감추던 산목련도 다 사라졌다.
가난하고 서러웠던 어린 날의 푸른 이상 앞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 먹는 법을 말하며
미소 짓던 그대의 얼굴이 촛불 속에 어른거린다.
그대의 영정 앞에 향을 피우며 차마 울지 못하는 이 저녁
이루지 못할 꿈을 적어 연을 띄우듯
함께 웃던 오래된 기억을 꺼내 그대의 하늘로 보낸다.
—친구 이유근의 장례식장에서
스위치백으로 오르던 태백의 높은 산길이
산기슭에 무리 짓던 주홍빛 나리꽃이
지친 꿈길에서도 언제나 선연하였다.
청춘을 가로질러 가던 시간 속에서
서슴없이 손 내밀던 얼굴 하얀 소녀도
수줍게 얼굴 감추던 산목련도 다 사라졌다.
가난하고 서러웠던 어린 날의 푸른 이상 앞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 먹는 법을 말하며
미소 짓던 그대의 얼굴이 촛불 속에 어른거린다.
그대의 영정 앞에 향을 피우며 차마 울지 못하는 이 저녁
이루지 못할 꿈을 적어 연을 띄우듯
함께 웃던 오래된 기억을 꺼내 그대의 하늘로 보낸다.
- 이전글[시-최월순] 봄날이었네 09.12.28
- 다음글[시-최월순] 상가(喪家)에서 09.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