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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권정남]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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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08회 작성일 09-12-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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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함께 누우면 옆구리가 시렸다
등을 대면 차가운 냉기가 뼈를 관통했다
그의 싸늘한 눈빛이 둥둥 몸 안에
얼음 덩어리로 떠서 다녔다
체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몸속 터질 듯 고여 있던
우리 사이의 독기를
압력 밥솥 김 빼듯 취취취……
증기처럼 한참 바깥으로 빼냈다
그래도 꼿꼿한 그 앞에
강물처럼 나를 엎질러버렸다
획 돌아버릴 정도로
몸 안에 고여 있던 오물 같은 언어를
다 쏟아냈다 말갛도록
명치끝 체기가 내려가듯이
서서히 소통이 시작 되었다
꼿꼿하기만 하던 그가
새로 길을 내듯 내 안에서
콸콸 뜨거운 피로 돌기 시작했다

겨울오후 한나절
꽉 막혀 있던
보일러 공사를 방금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