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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권정남] 나무, 뿌리 채 뽑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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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28회 작성일 09-12-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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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뿌리 채 뽑히다


도시 한 복판 가로수들이
뿌리 채 뽑히고 있다
그걸 바라보고 있던 내 잇몸이
갑자기 욱신거리기 시작 했다

인부들 손에서 거칠게 나꿔 채인
연초록 잎새들, 나무들의 뿌리가
땅을 꽉 움켜잡고 놓질 않는다
순간 내 어금니가 잇몸을
세게 잡아당기고 있다
안개처럼 바닥에 깔리는 팽팽한 긴장감
곤두박질치며 뇌진탕을 일으키는 잎새들
눈 부릅뜬 나무가 허공에서
사지四支를 뒤틀며 쓰러진다

나무, 뿌리 채 뽑히다

쇠스랑 같은 나무뿌리에 흙의 살점이
머리카락처럼 한 웅큼 뜯겨져 나왔다
땅과 나무의 결별현장
오십년 피돌기를 하던 나무의 피가
비명처럼 흥건히 고여 있다
심하게 욱신거리던 내 어금니가
잇몸에서 쑥 빠져나갔다
혀끝에 와 닿는 허전함

그 우묵한 구덩이에
사방 찝찔한 피 냄새가 진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