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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권정남] 녹슨 시간을 건너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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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33회 작성일 09-12-2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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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시간을 건너오다


스물다섯 이집트 처녀가
강보에 싸인 채 누워있다
흙바람 사막을 총총 건넜을 맨발이
물동이 속 그물로 출렁거렸을 은하수가
무르익을 대로 익은 단물 밴 과육 같은
태양의 딸, 스물다섯 사랑이
영혼과 육체가 지상에서 분리되던 날
항아리에 내장을 눌러놓은 채
박제된 몸, 펄펄 끓는 심장만 안고
저 높은 곳, 오시리스 神앞에 섰구나
불타는 사막의 꽃으로 환생하기 위해
몸 안에 키운 스물다섯 나이테로
일천 칠백년 녹슨 시간을 건너오느라
화석이 된 발바닥이 부끄러워
문명인들 시선이 햇빛처럼 쏟아지는
푸른 조명아래 누워있는, 이집트 처녀야
캄캄하게 부식된 눈 안에
북극성이 떴구나


*오시리스 신 : 죽은 자의 세계를 통치하는 이집트神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