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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장은선]시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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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88회 작성일 05-03-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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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았다 그대여
겹겹이 입은 옷을 벗고
남루한 길로 오기만 한다면
걷다 걷다 지쳐서
부끄러운 반달로 오기만 한다면

비울 것 다 비워 물빛 같은 나무들은
숲 속에서 오라 오라 손짓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바람 불러 속살 씻고
우리 두그루 나무로 함께 선다면
지나가는 시월도 서럽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가난이 서러워 우는 흙 속에
너와 나 한뿌리로 얽혀
포근한 강심에 젖줄을 댄다면
점점이 흰눈이 내려
얼어붙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별들을 밤새워 노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