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2004년 [시-장은선]시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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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았다 그대여
겹겹이 입은 옷을 벗고
남루한 길로 오기만 한다면
걷다 걷다 지쳐서
부끄러운 반달로 오기만 한다면
비울 것 다 비워 물빛 같은 나무들은
숲 속에서 오라 오라 손짓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바람 불러 속살 씻고
우리 두그루 나무로 함께 선다면
지나가는 시월도 서럽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가난이 서러워 우는 흙 속에
너와 나 한뿌리로 얽혀
포근한 강심에 젖줄을 댄다면
점점이 흰눈이 내려
얼어붙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별들을 밤새워 노래하리라
겹겹이 입은 옷을 벗고
남루한 길로 오기만 한다면
걷다 걷다 지쳐서
부끄러운 반달로 오기만 한다면
비울 것 다 비워 물빛 같은 나무들은
숲 속에서 오라 오라 손짓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바람 불러 속살 씻고
우리 두그루 나무로 함께 선다면
지나가는 시월도 서럽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가난이 서러워 우는 흙 속에
너와 나 한뿌리로 얽혀
포근한 강심에 젖줄을 댄다면
점점이 흰눈이 내려
얼어붙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별들을 밤새워 노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