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9호2009년 [시-지영희] 내 별에 왜 왔니?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98회 작성일 09-12-28 17:55

본문

내 별에 왜 왔니?


가죽 소파 옆에 두 줄로 쌓인 책들
뜯지 않은 시집 몇 권, 그 밑에 눌린 오후 열한 시 오십오 분
간간이 정적 한 줄 지나가고
햇살이 말라붙은 주름을 바라볼 틈도 없이 들여다보던
지퍼 열린 가방이 베란다쪽 세 개, 오디오쪽 두 개
반쯤 뒤집힌 양말 그나마 가지런히 놓인 아쉬움 두 짝
빨간 전화기 옆엔 종일 빈 찻잔 하나의 저항
모니터가 내미는 시 한 편
콧등이 살짝 보이는 뿔테 돋보기와 펜 한 자루
군고구마와 먹던 옥수수 하나 담긴 하얀 접시
주방과 거실에 켜진 삼파장의 인내
프린터기 위에 놓인 소포용 테이프의 기억상실

내 별에 왜 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