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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장은선]山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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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21회 작성일 05-03-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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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만 산이고 마음이겠느냐
낮은 산도 수없이 오르고 올라
서로 정주다 보면
굳게 닫혔던 산문을 열어주니
허공에 흔들리는 목어가 온몸으로 울어
닫힌 폐부에 천공을 뚫어 여백을 만들고
내공을 쌓은 석탑은 나날이 새로워서
거칠던 들숨과 날숨이 가지런해진다
솔가지에 등을진 청솔모 앉고 뒹굼이 하나같아서
잔설 쌓인 마음이 새순 돗 듯 움트고
물 뿜어대는 돌거북에 두 눈을 씻으니
산골짜기 가로질러오는 대숲 바람소리
무명을 떨치고 죽비로 내리치니 經이고
반짝이는 잎사귀들 쓰다듬는 개울 물소리도
어둠으로 흔들렸던 마음을 비추니 經이다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이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불이문의 가름침대로 다름이 없으니
비울수록 가벼워 멀리 나는 나그네 새되고자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황하는 나도
마침내 물이 흐르고 흘러 길이 되듯이
조금씩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되어간다